퇴직연금 DB와 DC, 갈리는 지점은 딱 하나입니다
회사에서 퇴직연금 유형을 고르라고 합니다. DB형과 DC형 중에 하나. 설명을 읽어도 무엇이 유리한지 감이 안 옵니다.
사실 갈리는 지점은 하나뿐입니다. 내 월급이 오르는 속도와 적립금이 불어나는 속도, 어느 쪽이 빠른가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이 질문에 딸린 이야기입니다.

계산식 자체가 다르다
DB형은 퇴직할 때의 월급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공식은 간단합니다. 마지막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합니다. 30년 일했고 마지막 월급이 9,426,262원이라면 9,426,262 × 30 = 282,787,861원입니다.
중간에 얼마를 받았는지는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회사가 그동안 돈을 어떻게 굴렸는지도 상관없습니다. 운용 결과가 나빠도 회사가 채워 넣어야 합니다. 위험을 회사가 지는 구조입니다.
DC형은 다릅니다. 회사는 매년 그 해 월급 한 달치를 내 계좌에 넣고 손을 뗍니다. 그 뒤로는 내가 굴립니다. 일찍 들어온 돈일수록 오래 굴러서 더 커집니다. 반대로 손실이 나면 그대로 내 손해입니다.
| 구분 | DB형 | DC형 |
|---|---|---|
| 기준 | 퇴직 시점 월급 | 매년 적립한 금액 |
| 영향을 주는 값 | 임금상승률 | 운용수익률 |
| 운용 주체 | 회사 | 본인 |
| 손실 위험 | 회사가 부담 | 본인이 부담 |

손익분기점은 정확히 임금상승률
월 400만원으로 시작해 30년을 일하고, 임금이 매년 3%씩 오른다고 해봅시다. DB형은 282,787,861원입니다. DC형은 운용수익률에 따라 이렇게 달라집니다.
| 운용수익률 | DC형 적립금 | DB형 대비 |
|---|---|---|
| 연 2% | 2.46억원 | -12.9% |
| 연 3% | 2.83억원 | +0.0% |
| 연 4% | 3.26억원 | +15.4% |
| 연 5% | 3.79억원 | +34.0% |
| 연 6% | 4.42억원 | +56.4% |
| 연 7% | 5.18억원 | +83.4% |
표 가운데를 보세요.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과 같은 연 3%일 때 차이가 정확히 0%입니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두 금액이 1원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계산상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30년째에 넣은 돈은 한 해도 못 굴리지만 그만큼 월급이 올라 있고, 첫해에 넣은 돈은 적지만 29년을 굴립니다. 임금이 오르는 속도와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같으면 이 둘이 정확히 상쇄되어, 모든 해의 적립금이 마지막 월급과 같은 값이 됩니다. 그것을 30번 더하면 DB형 공식과 똑같아집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명확합니다. 내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으면 DC, 아니면 DB입니다. 임금상승률이 3%인 사람에게 연 5% 운용은 34% 더 받는 결과가 되고, 연 2%로 부진하면 13%를 잃습니다.
내 임금 곡선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관건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임금상승률은 사람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다릅니다.
연차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라면 DB형이 유리합니다. 승진이 예정돼 있거나 호봉제로 계속 오르는 자리라면 마지막 월급이 크게 올라 DB 금액을 통째로 끌어올립니다.
반대로 임금이 정체되거나 줄어들 구간에서는 DB형이 불리해집니다. 특히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마지막 월급이 내려가는데, DB형은 그 낮아진 월급으로 전체 근속연수를 곱합니다. 30년치가 한꺼번에 깎이는 셈입니다. 이 시점을 앞두고 DC형으로 갈아타는 선택지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중간정산을 받은 적이 있다면 계산이 또 달라집니다. 정산 시점 이후로 근속연수가 다시 세어지기 때문에 DB형의 "근속연수 × 마지막 월급"에서 앞부분이 잘려 나갑니다. 이미 받은 금액과 남은 기간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DC형을 골랐다면 실제로 운용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계좌에 넣어두고 방치하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으면 DB형보다 못한 결과가 됩니다. 선택지를 고른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받을 때 세금은 어떻게 갈리나
모으는 방식이 달라도 받을 때의 세금 규칙은 같습니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연금소득세입니다.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유리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전체 금액에서 근속연수만큼 공제한 뒤 연 단위로 환산해 세율을 매기기 때문에, 같은 금액이라도 오래 일한 사람이 세금을 덜 냅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가 10% 더 붙습니다.
연금으로 받으면 세 부담이 더 줄어듭니다. 282,787,861원을 연금으로 나눠 받는다고 하면 이 정도가 됩니다.
| 수령 기간 | 월 수령액 |
|---|---|
| 10년 | 2,267,016원 |
| 15년 | 1,511,344원 |
| 20년 | 1,133,508원 |
기간을 늘리면 월 수령액은 줄지만 그만큼 오래 받습니다. 연금 수령 나이가 많아질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구조라, 서둘러 다 받는 것보다 나눠 받는 쪽이 세금 면에서 유리합니다. 다만 운용 수익은 이 표에 넣지 않았으므로 실제로는 남은 잔액이 계속 굴러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 IRP 추가 납입은 세액공제가 붙는다 — 연 900만원까지 공제 대상이고, 총급여 5천5백만원 이하면 16.5%, 초과하면 13.2%가 적용됩니다. 한도를 꽉 채우면 각각 1,485,000원, 1,188,000원입니다.
- DB와 DC를 섞을 수 있는 회사도 있다 — 제도가 둘 다 있으면 비율을 나누거나 시기를 나눠 운영하기도 합니다. 회사 규정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 수익률은 세후로 비교한다 — 운용 중에는 과세가 이연되지만 받을 때 정산됩니다. 표면 수익률만 보고 임금상승률과 견주면 실제보다 유리해 보입니다.
- 계산기에 내 숫자를 넣어본다 — 월급·근속·임금상승률·수익률 네 개만 넣으면 DB와 DC가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DB형과 DC형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에 연동되느냐의 차이입니다. 내 임금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내가 얼마나 꾸준히 굴릴 수 있을지. 그 두 숫자를 견주는 것이 선택의 전부입니다. 어느 쪽이 확실히 크다고 말하기 어렵다면 위험을 회사가 지는 쪽을 기본값으로 두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퇴직연금 계산기에 월급·근속연수·임금상승률·운용수익률을 넣으면 DB·DC·IRP 세 가지가 연도별로 어떻게 벌어지는지 그래프로 나옵니다. 수령 방식별 세금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퇴직연금 DB형과 DC형은 무엇이 다른가요?
- DB형은 퇴직 시점 월급 × 근속연수로 정해지고 운용 위험을 회사가 집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그 해 월급 한 달치를 내 계좌에 넣고 그 뒤는 내가 운용하며 손실도 내가 부담합니다. DB는 임금상승률에, DC는 운용수익률에 연동됩니다.
- DB와 DC가 같아지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과 같을 때입니다. 월 400만원·30년·임금상승률 3%면 DB는 282,787,861원이고, DC를 연 3%로 운용하면 1원도 다르지 않게 같습니다. 연 5%면 DB보다 34.0% 많고, 연 2%면 12.9% 적습니다.
- 임금피크제나 중간정산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 임금피크제로 마지막 월급이 내려가면 DB형은 그 낮아진 월급에 전체 근속연수를 곱하므로 30년치가 한꺼번에 깎이는 셈이 되어, 그 시점을 앞두고 DC형으로 갈아타는 선택지가 자주 언급됩니다. 중간정산을 받았다면 정산 이후로 근속연수가 다시 세어집니다.
- IRP 추가 납입 세액공제는 얼마인가요?
- 연 900만원까지 공제 대상이고,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6.5%, 초과하면 13.2%가 적용됩니다. 한도를 꽉 채우면 각각 1,485,000원, 1,188,000원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DB형은 최종 월급 × 근속연수, DC형은 매년 그 해 월급을 적립하고 기존 적립금에 운용수익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계산했습니다. 연금 수령액은 실효세율 3.8%를 가정한 단순 분할이며 운용 수익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퇴직급여와 세액은 회사 규정, 임금 구조,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가입 전 회사와 금융기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정 제도나 상품을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 DB형·DC형·IRP 제도의 법적 근거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 내 퇴직연금·IRP 적립금과 수익률 조회
- 국가법령정보센터 — 소득세법 제59조의3(연금계좌세액공제) — 연 900만원 한도, 16.5%·13.2% 공제율의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