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는 고정된 숫자가 아닙니다 — 뉴욕이 14시간인 건 1년 중 4개월뿐
해외 팀과 회의를 잡아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겪습니다. 분명히 시차를 계산해서 잡았는데 한 시간이 어긋납니다. 상대가 늦은 게 아니라, 시차 자체가 그 주에 바뀐 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에게 이 감각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머타임을 쓰지 않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 잠깐 시행하고 폐지한 뒤로 없어서, 시차는 고정된 숫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차는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서울과 뉴욕의 시차를 물으면 대부분 14시간이라고 답합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1년 중 약 8개월은 13시간입니다.
그래서 "뉴욕은 14시간 느리다"를 외워두면 1년의 3분의 2가 틀립니다. 여름 기준으로 외운 사람은 겨울에 틀리고, 겨울 기준으로 외운 사람은 여름에 틀립니다.

더 골치 아픈 건 전환일이 제각각이라는 점
서머타임이 있는 나라들끼리도 같은 날 바꾸지 않습니다. 이게 실무에서 사고를 만듭니다.
2026년을 보면 미국은 3월 8일에 시작하는데 유럽은 3월 29일입니다. 그 사이 21일 동안 뉴욕과 런던의 시차가 평소 5시간이 아니라 4시간이 됩니다.
가을에는 반대로 유럽이 10월 25일에 먼저 끝나고 미국은 11월 1일까지 갑니다. 이번엔 7일이 어긋납니다.
3월 말이나 10월 말에 잡은 정기 회의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시간 밀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라별 전환 규칙
| 지역 | 시작 | 종료 |
|---|---|---|
| 미국 | 3월 둘째 일요일 2026년 3/8(일) | 11월 첫째 일요일 2026년 11/1(일) |
| 유럽 | 3월 마지막 일요일 2026년 3/29(일) | 10월 마지막 일요일 2026년 10/25(일) |
| 이집트 | 4월 마지막 금요일 2026년 4/24(금) | 10월 마지막 목요일 2026년 10/29(목) |
| 호주(시드니) | 10월 첫째 일요일 2026년 10/4(일) | 4월 첫째 일요일 2026년 4/5(일) |
표에서 두 가지가 눈에 띌 겁니다.
하나는 호주가 거꾸로라는 점입니다. 남반구라 계절이 반대여서 10월에 시작해 4월에 끝납니다. 우리 겨울이 그쪽 여름이라, 시드니와의 시차는 겨울에 오히려 벌어집니다.
다른 하나는 이집트가 일요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금요일에 시작해 목요일에 끝납니다. 금요일이 휴일인 문화권이라 주말에 맞춘 것입니다. "서머타임은 일요일 새벽에 바뀐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례입니다.
아시아는 대부분 쓰지 않습니다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홍콩·태국·베트남 모두 서머타임이 없습니다. 아시아 안에서만 움직이면 시차 걱정이 없다는 뜻입니다.
인도(+5시간 30분)나 네팔(+5시간 45분)처럼 30분·45분 단위로 어긋나는 나라가 있다는 게 오히려 함정입니다. 이건 서머타임과 무관하게 항상 그렇습니다.
폐지한 나라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2014년, 브라질은 2019년에 없앴습니다. 반대로 이집트는 2016년에 폐지했다가 2023년에 다시 도입했습니다. 몇 년 전 정보가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애초에 왜 시계를 옮길까
시작은 연료 절약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1916년에 처음 도입했고, 해가 길어지는 여름에 시계를 앞당기면 저녁에 조명을 덜 켜게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전시에 석탄 한 톨이 아쉬웠던 시절의 발상입니다.
문제는 지금도 그 효과가 있느냐입니다. 조명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년 전과 비교가 안 되게 줄었고, 여름 저녁에 에어컨을 더 오래 켜게 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절감 효과가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는 연구가 이어져 왔습니다.
건강 쪽 지적도 있습니다.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긴 직후 며칠 동안 심혈관 사건과 교통사고가 늘었다는 보고가 여러 나라에서 나왔습니다. 한 시간의 수면 부족이 사회 전체에 동시에 걸리는 셈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18년에 폐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런데 여름 시간과 겨울 시간 중 무엇을 남길지를 두고 회원국 합의가 안 돼 지금도 그대로 시행 중입니다. 없애자는 데는 동의했는데 어떻게 없앨지에서 막힌 상태입니다.
한국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안 쓰지만 과거에는 여러 차례 시행했습니다. 가장 최근이 1987년과 1988년인데, 서울올림픽 중계를 서구 황금시간대에 맞추려는 목적이 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퇴근 시간이 실질적으로 늦어진다는 불만이 컸고, 올림픽이 끝나자 곧 폐지됐습니다. 이후 몇 차례 재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같은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실수를 막는 체크리스트
시차 계산에서 사고가 나는 지점은 늘 비슷합니다. 아래 다섯 가지만 걸러도 대부분 막힙니다.
회의를 잡기 전에
- 날짜를 넣고 계산했는가 — "지금 시차"가 아니라 회의 당일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한 달 뒤 회의면 그때는 시차가 다를 수 있습니다.
- 3월·10월·11월 회의인가 — 전환이 몰려 있는 달입니다. 이 시기 약속은 한 번 더 확인하세요.
- 반복 일정인가 — 매주 회의는 전환일에 자동으로 한 시간 밀립니다. 캘린더가 알아서 맞춰주더라도 상대 쪽 표시 시각을 물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 초대장에 도시 이름을 적었는가 — "오후 3시(KST)"처럼 기준 도시를 명시하면 상대가 스스로 환산합니다. 약어만 쓰면 위험합니다. CST는 미국 중부이면서 중국 표준시이기도 합니다.
- 항공권·호텔은 현지 시각인가 — 예약 확인서의 시각은 거의 항상 현지 기준입니다. 여기서 시차를 또 빼면 하루를 통째로 잃습니다.
날짜를 넣고 계산하면 안전합니다. 꿀도구 시간대 변환기는 서머타임 적용 여부를 날짜별로 판정하고, 26개 도시의 시각을 한 화면에서 비교합니다. 이집트처럼 일요일이 아닌 요일에 전환하는 나라도 반영돼 있습니다.
서머타임 규칙은 각국 법령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본문의 2026년 날짜는 현행 규칙으로 계산한 값이며, 중요한 일정은 항공사·현지 기관의 공지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