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타기는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 4명이면 29% vs 20%, 20명이면 편차 481%
회식이 끝나고 누가 계산할지 정할 때, 당번을 나눌 때, 선물을 교환할 때 우리는 종이에 세로줄을 긋고 가로선을 아무렇게나 몇 개 그어 넣습니다. 아무도 결과를 모르니 공평하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맞는지 확인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 꿀도구 사다리타기가 쓰던 방식을 계산해보니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4명이 할 때 출발 1번이 도착 1번에 갈 확률은 29.2%, 도착 4번은 20.5%였습니다. 넷이면 모두 25%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람이 많을수록 더 심해집니다
가로선을 칸마다 일정 확률로 긋고 12줄을 만드는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확률을 직접 계산한 값이라 표본오차가 없습니다.
| 참가 인원 | 공평하다면 | 실제 최대 편차 |
|---|---|---|
| 4명 | 25.0% | 20% |
| 6명 | 16.7% | 74% |
| 8명 | 12.5% | 133% |
| 10명 | 10.0% | 191% |
| 20명 | 5.0% | 481% |
4명일 때 20%면 "그럴 수도 있지" 싶지만, 8명이면 133%, 20명이면 481%입니다. 편차 481%는 어떤 자리는 다른 자리보다 확률이 다섯 배 이상 높다는 뜻입니다. 회식비 몰아주기나 벌칙 정하기에 썼다면 누군가는 실제로 손해를 봤습니다.
왜 끝자리가 유리한가
이유는 허무할 만큼 단순합니다. 가로선을 만나야만 자리를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맨 왼쪽에서 출발하면 오른쪽으로 갈 기회밖에 없고, 그마저도 한 줄에 한 칸씩만 움직입니다. 12줄로는 끝에서 끝까지 건너가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출발한 자리 근처에 머물게 되고, 그게 위 그래프에서 왼쪽 막대가 높은 이유입니다.
4명이면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세 칸을 옮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오른쪽으로 미는 가로선을 최소 세 번 만나야 하고, 그사이 왼쪽으로 되돌리는 선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아야 합니다. 12줄 안에서 그 조건이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제자리 근처에 남는 경로는 훨씬 많습니다. 확률이 한쪽으로 쏠리는 건 그래서입니다.
가운데에서 출발하면 사정이 조금 낫습니다. 양쪽 모두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양쪽 끝에서 출발한 사람은 구조적으로 불리하거나 유리합니다. 그리는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다리 모양 자체가 그렇게 생겼습니다.
덧붙이면 이건 저희 도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로선을 눈대중으로 몇 개 긋는 방식이라면 종이에 그린 사다리도, 다른 앱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성질을 갖습니다. 사람이 많을수록, 줄이 적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럼 가로선을 더 그으면 되지 않나요
맞습니다. 줄을 무한히 늘리면 편향은 사라집니다. 문제는 얼마나 늘려야 하느냐입니다. 8명 기준으로 계산해봤습니다.
| 가로선 줄 수 | 최대 편차 (8명) |
|---|---|
| 12행 | 132.5% |
| 25행 | 65.1% |
| 50행 | 21.0% |
| 100행 | 2.3% |
| 200행 | 0.0% |
50줄을 그어도 여전히 21%가 남습니다. 편차를 5% 아래로 낮추는 데 필요한 최소 줄 수는 이렇습니다.
| 참가 인원 | 필요한 가로선 줄 수 |
|---|---|
| 4명 | 20행 |
| 6명 | 46행 |
| 8명 | 83행 |
| 10명 | 130행 |
| 20명 | 522행 |
10명이면 130줄, 20명이면 522줄입니다. 종이에도 화면에도 그릴 수 없는 숫자입니다. "줄을 넉넉히 긋자"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해결됩니다
사다리를 먼저 그리고 결과를 확인하니까 편향이 생깁니다. 그러면 결과를 먼저 정하고, 그 결과가 나오도록 사다리를 만들면 어떨까요.
누가 무엇을 받을지 완전히 균등하게 먼저 뽑습니다. 그다음 그 배정이 실제로 나오도록 가로선을 역으로 배치합니다. 배정을 뽑는 단계가 이미 공평하므로 결과 분포도 정확히 공평합니다. 사다리는 이제 결과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결과를 눈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겉보기에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여전히 세로줄과 가로선이 있고, 자기 이름에서 손가락을 짚고 내려가면 도착지가 나옵니다. 바뀐 건 만드는 순서뿐입니다.

종이에 그릴 때 쓸 수 있는 방법
앱은 이렇게 고치면 되지만, 술자리에서 냅킨에 그리는 사다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산 없이도 편향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다리를 다 그린 다음에 자리를 정하세요.
가로선을 먼저 마음대로 긋고, 그다음에 누가 몇 번 줄에서 출발할지를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로 정하는 겁니다. 사다리가 아무리 치우쳐 있어도, 어느 자리에 설지가 무작위면 각자의 확률은 똑같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사다리는 결국 출발 자리와 도착지를 일대일로 짝지어 주는 표입니다. 그 표가 어떻게 생겼든, 내가 어느 칸에 설지가 균등하게 정해지면 내가 받게 될 도착지도 균등해집니다. 편향은 사다리에 있는 게 아니라 "출발 자리를 먼저 정하는 순서"에 있었던 셈입니다.
같은 원리로 도착지(상품·벌칙)를 나중에 적어 넣어도 됩니다. 사다리를 다 그리고 각자 줄을 따라 내려간 뒤, 그제야 아래 칸에 무엇을 적을지 뽑는 방식입니다. 순서만 바꾸면 되니 준비물도 필요 없습니다.

직접 확인해보는 법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세어보실 수 있습니다. 통계 지식은 필요 없고 종이 한 장이면 됩니다.
- 4칸짜리 사다리를 그리고 가로선을 12줄쯤 긋습니다. 평소 그리던 대로 아무렇게나 그으면 됩니다.
- 맨 왼쪽에서만 출발해 도착지를 적습니다. 그리고 사다리를 새로 그려 또 적습니다.
- 서른 번쯤 반복합니다. 넷이면 각 도착지가 대략 일곱~여덟 번씩 나와야 공평합니다.
- 왼쪽 도착지가 눈에 띄게 자주 나오면 위에서 계산한 그 편향을 직접 확인하신 겁니다.
표본이 서른 번이면 우연도 섞이니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왼쪽이 좀 자주 나오는데?" 하는 느낌은 충분히 잡히실 겁니다. 계산으로는 왼쪽이 29.2%, 오른쪽 끝이 20.5%였으니까요.
꿀도구 사다리타기는 뒤집은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결과 배정을 먼저 균등하게 뽑고 그 배정이 나오도록 사다리를 만듭니다. 어느 자리에서 출발하든 각 결과에 당첨될 확률이 똑같습니다. 최대 20명까지 이름과 결과를 직접 넣을 수 있고, 경로가 움직이는 걸 보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의 확률은 '칸마다 일정 확률로 가로선을 긋되 서로 붙지 않게 한다'는 규칙을 수식으로 옮겨 계산한 값입니다. 가로선을 긋는 규칙이 다르면 수치도 달라집니다.